영화의 주된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술을 마시면 자주 필름이 끊기는 주인공 채정호(이시언)는 아침 일찍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깹니다. 문밖에 있는 사람은 경찰인 최대연 경위(안내상). 경찰은 어젯밤 정호의 아내인 미영(왕지혜)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경찰이 남편인 정호의 알리바이를 묻는 순간 피 묻은 옷과 칼을 발견합니다. 경찰은 정호가 미영을 죽인 진범이라 의심하고 그를 체포하려는 순간, 정호는 경찰을 프라이팬으로 쓰러트리고 집 밖으로 탈출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게 필름이 끊긴 사람이냐?
영화 <아내를 죽였다>는 정호의 기억이 깨어날수록 몰입이 안 되는 영화입니다. 분명 술에 취해 전날의 일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날 정도면 만취 상태가 지속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정호의 표정은 만취 상태와 멀쩡한 상태를 왔다 갔다 합니다. 영화를 잘 보면 친구인 진수와 2차를 갈 때는 만취 상태지만, 다트를 던질 때는 멀쩡해 보입니다. 또, 도박장에서는 만취 상태인데, 칼부림 장면에서는 멀쩡해 보입니다. 대체 정호는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긴 게 맞을까요?
긴장감은 어디서 찾나?
영화 <아내를 죽였다>는 스릴러라고 말하기엔 긴장감이 너무 부족합니다. 저는 등장인물들 가운데 '저 사람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저 사람이 범인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관객이 가지도록 연출할 때 훌륭한 스릴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등장인물은 정호의 끊긴 필름을 이어붙이는 역할 일뿐 영양가가 없는 캐릭터들이죠. 아내 미영을 죽인 범인은 영화 후반부에 갑작스럽게 밝혀집니다. 진짜 뜬금없이 말이죠. 그냥 그렇게 진범이 밝혀지고 사건이 종결됩니다.
'쓰레기'를 외치게 만드는 엔딩
영화 <아내를 죽였다>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라고 합니다. 전 웹툰을 보지 못해서 결말이 이런지 모릅니다. 확실한 건 영화 엔딩이 '이건 뭐지?'란 생각을 준다는 거죠. 진범이 밝혀지고 자기가 죽였다고 고백하던 사람이 3년 후에 아내의 사망보험금으로 도박을 하고 다닌다. 이런 결말로 어떤 감흥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제목을 <나는 쓰레기다>로 바꾸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