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파파엘 Life

지난 주말, 가족식사 후 다엘이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가르켰다. 그곳에는 있어서는 안되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바로 스파이더맨. '88블럭'으로 조립된 스파이더맨 2마리(?)였다. 위험을 직감한 나는 다엘이의 손가락을 오른쪽에서 천천히 왼쪽으로 옮기면서 '아빠가 만들어 줄께'를 외치며 다가올 운명을 기다렸다.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봐도 2D 스파이더맨 도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도안까지 만들기로 했다. 사실 도안을 어떻게 만드는지 모른다. 머리를 굴려 약간의 포토샵과 도트찍기 노동력을 이용하기로 한다.


포토샵 필터 중에 이미지를 사각화 하는 기능이 있다. 스파이더맨 이미지를 적당히 사각화(?)하고, 엑셀에 이미지를 불러온 뒤, 투명도를 조절하여 그 위에 색깔을 입혔다. 결국 도안 완성!!! 살짝 이상한 부분들이 있지만, 만들면서 수정하기로 했다.


지난번 펄러비즈 액자를 만들 때 경험했지만,  펄러비즈가 색상별로 구분되어 있지 않으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에 필요한 색상과 혹시 모를 색상들을 추가로 구입했다. 


네이버 '블럭N캔들스토리'라는 곳에서 주문했는데, 리필비즈가 하나당 1,000원이다. 대략 100개 정도 들어있는 것 같은데, 필요한 색상만 구매하기 딱 좋다. 더군다나 첫 주문이라고 서비스도 챙겨주시는 센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검은색 비즈가 누락되었다. 분명히 3개나 시켰는데... 보고 또 봐도 주문은 확실히 되었다. 이럴수가..... 다행이 다음날 통화하여 잘 해결했지만, 검은색 비즈의 부재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어쩔수 없이 이케아 비즈를 다시 사용해야만 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비즈가 색상별로 구분되어 있지 않으면 시간이 엄청 걸린다. 그래서 본격적인 작업 전 검은색 비즈를 걸러낸다. (진짜 미칠 것 같이 힘들다. ㅠㅠ) 


어느 유튜버는 검은색 라인을 먼저 만들고 안을 채워 넣는게 쉽다고 하는데, 실제로 해보니 더 헷갈린다. 그래서 나는 다리, 몸통, 팔, 얼굴 순으로 채워나갔다. 펄러비즈가 판매하는 곳마다 두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리필비즈로 산 빨간색과 파란색보다 이케아 비즈의 두께가 살짝 얇다. 


그렇게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온 신경을 집중한 끝에 모든 비즈를 채워 넣었다. 원래 스파이더맨 왼손에 있는 줄도 검은 색인데, 검은색 비즈 걸러내기가 귀찮아서 갈색으로 채워 넣었다. 


지난번에 요긴하게 썼던 종이호일로 다림질을 시작!! 기분탓인지 모르겠으나 생각보다 다림질이 잘 안되는 느낌이다. 전에는 한번 쓱 하면 완성되었는데, 종이호일은 다리미로 지져야(?) 한다.


이러저러한 사투끝에 드디어 줄타는 2D 스파이더맨 펄러비즈가 완성되었다. 크기가 커지니까 다림질도 쉽진 않다. 그래서 듬성듬성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지루한 싸움에 승리한 것으로 만족한다. 


이렇게 만들고 보니 한쪽 벽을 다엘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꾸며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번엔 뭘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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