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달고나커피를 50분 동안 손으로 휘저어 만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1) 기계의 도움 없이 손으로 달고나커피를 만든다는 건 미친 짓이다.
(2) 50분 동안 손으로 휘젓다 보면 내가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3) 달고나 농도가 엄청 중요하다. 너무 휘저어서 점성이 강해지면 별로 맛이 없다.
(4) 그래도 한 번쯤은 직접 해 먹어볼 만 하다.
사건의 발달은 이렇습니다. 퇴근 후, 뭔가 심상치 않은 집사람의 표정을 본 후, '오늘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요즘 인싸들만 해 먹는 다는 달고나커피를 만들어주기로 했죠. 정말로 즉흥적인 행동이었습니다.
달고나커피를 만든 분들이 반드시 핸드믹서를 써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 집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죠. 남자답게 손으로 직접 휘저어주리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재료는 커피, 설탕, 뜨거운 물을 1:1:1로 준비하면 됩니다. 꼭 이 비율을 지켜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일단 하라는 대로 해봅니다.
그리고 그릇에 담고 휘~휘~ 저어주기 시작합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저어줍니다.
그렇게 10분이 지나도 커피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 '만능간장' 같은 색깔을 보면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라는 생각과 '거품기 안 사고 뭐 했을까'라는 생각이 공존하기 시작합니다.
도구의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큰 그릇과 큰 거품기로 바꿨습니다. 도구를 바꾸고 나서야 확실히 뭔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분. 혹시 저처럼 손으로 직접 하실 거라면 꼭 큰 그릇에 큰 거품기를 쓰세요.
비로소 40분을 휘젖고 나서야 달고나의 색깔을 보게 됩니다. 이쯤 되니 집사람은 옆에서 '아빠의 도전'을 보는 듯한 표정이네요. 달고나커피... 누가 400번을 저어야 한다고 말했나요. 4,000번을 저어야 합니다. 여러분! 꼭 핸드믹서 사세요. 아니, 그냥 이걸 먹지 마세요.
끝장을 보자는 생각으로 50분을 채웠습니다. 점성이 찐합니다. 문뜩 우유에 섞어 먹기에는 너무 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습니다. 이벤트로 받았던 이디아 커피잔에 우유를 넣고 달고나를 얹습니다.
그냥도 먹어보고 섞어서도 먹어봤는데, 그냥 먹는 게 더 맛있습니다. 특히 우유가 들어오고 윗입술에 달고나의 단맛이 느껴질 때 가장 맛있었습니다. 좀 덜 저어서 점성이 약했다면 우유랑 섞어 먹는 게 더 맛있을 것 같네요.
3~4번 해보신 분들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던데, 저는 다시는 안 하렵니다. 그냥 커피를 사 먹겠습니다. 이상, 의식의 흐름대로 쓴 <50분 동안 손으로 휘저어 만든 달고나커피>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