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파파엘 Life

올해로 6살이 된 다엘이와 서점에 갔습니다. 다엘이에게는 생애 처음으로 서점을 가는 거네요. 몇 달 전 집사람이 '아이들은 자기가 직접 고른 책에 더 애착을 갖고 많이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정기적으로 책을 사주자고 이야기했었는데요. 마침 요즘 책 읽기에 살짝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서 코로나 위험을 무릅쓰고 <북스리브로>에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갔던 <북스리브로> 상봉점은 망우역 맞은편에 있는 곳인데요. '상봉듀오트리스' 건물 지하 1층에 있습니다. 근처에 코스트코가 있어서 평소에는 자동차가 겁나게 막히는(별로 가고 싶지 않은) 그런 구간이지만, 코로나 영향인지 이동 차량도 많지가 않네요.

요즘은 영화관이나 서점처럼 밀폐되고 좁은 곳에 오래 있으면 안되죠. 그래서 용건만 간단히 하고 빠져나오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서점에 왔는데, 빼곡한 책을 보면 알 수 없는 구매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읽지는 않으면서 돈만 쓰고 오는 거죠.

북스리브로에서 6살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찾아갔습니다.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던 어린이 책이 눈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신기한 책이 많더라고요.

근데 왜 하필 장난감도 같이 있는 걸까요? 서점에서 이걸 왜 파는 거죠? 심란하게... 아무튼 잘 달래고 달래서 책을 고르게 했더니 3권이나 골랐네요. 하나는 필름북. 하나는 콧구멍. 하나는 공룡스티커...
우리 다엘이가 공룡스티커를 골랐네요. 큰일 났습니다. 오늘 밤은 밤새 이거 하자고 조르겠네요.

 

저녁이 되니까 자기가 고른 책이라고 관심을 보이네요.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으나 책에 관심을 붙이는 데 성공입니다.

요즘 책은 내용이 신기한 게 많아요. 인체의 신비는 3D 돋보기처럼 보이도록 구성이 돼 있는데, 제가 어릴 때 이런 책으로 봤으면 공부 잘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책, 콧구멍. 이 책은 코 파고, 귓불 만지고, 배꼽을 파는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한 책인데요. 다엘이한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책이 무섭데요. 눈을 가리더니 펑펑 울어버리네요.

급기야 콧구멍 책을 당장 버리랍니다. 오늘 사 온 책인데 버리라니... 그림이 좀 징그럽긴 한데... 이거 자기가 직접 고른 책인데...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다엘이가 못 찾는 곳에 숨겨놨네요.

같이 산 공룡스티커 하면서 기분을 풀어줬는데, 콧구멍 책 이야기를 하니까 또 울면서 도망갑니다. 트라우마가 생기진 않았겠죠.

진짜 정기적으로 서점에 데리고 다녀야겠습니다. 서점가는 습관만 잘 들이면 좋은 변화가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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