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전혈과 혈장, 혈소판 3가지중 한가지를 하게 됩니다. 헌혈의 종류를 쉽게 설명하면 전혈은 피 전체를 뽑는것이고, 혈장과 혈소판은 피안에 있는 각각의 성분을 빼낸 뒤 피가 다시 몸속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이유로 전혈은건강한 사람이라면 10분내외로 끝나게 되고, 혈장과 혈소판은 1시간 이상씩 소요가 됩니다. 헌혈회수도 전혈은 2달 간격으로 연 5회까지이고, 혈장과 혈소판은 2주간격으로 연 24회까지 가능합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알고 있듯이 30회를 하면 기념메달을 줍니다. 더 열심히(?) 해서 50회, 100회를 하게 되면 더 좋은 기념품과 명예가 돌아오게 되죠. 물론 학생들에게는 봉사점수라는 보너스도 오게 됩니다.
얼마 전 헌혈 대기 중 옆에 앉았던 대학생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대화의 내용은 그들의 친구 중 누군가가 혈소판 헌혈만 해서 봉사점수를 채웠고, 기념품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대화는 또 옆에 있던 (조금 더 어려보이는) 학생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갔던 헌혈의 집은 퇴근 후 늦은 저녁, 거의 마지막 타임이었습니다. 그래서 피 검사하는 간호사님께 여유를 갖고 몇 마디 건넸었죠. 핵심 질문은 "성분헌혈은 전혈보다 더 빨리,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성분헌혈을 더 선호하지 않느냐?"는 말이었습니다.
간호사님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보통 횟수를 중요시 하는 분들이 성분헌혈을 많이 한다. 그런데 성분헌혈은 약을 만드는 곳에 쓰인다. 정작 환자들에게 필요한건 전혈이다."
확실히 헌혈에 참여하는 인구는 늘었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피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
연 5회의 전혈'과 '연 24회의 성분헌혈(혈장, 혈소판)'사이에 '기념품'과 '봉사활동점수'가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도 해봤습니다. 기념품과 봉사활동점수가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전혈이라면 현재 시행되는 제도나 문화를 전혈에 동참하게끔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기념품을 받기 위해서, 봉사활동점수만을 위해서, 많은 참여 횟수만을 위해서 헌혈하는 것보단 그 피를 수혈받을 환자를 위한 마음으로 헌혈에 동참했으면 합니다.